아이들이 미국에서 학교를 다닐 때 아침에 김치를 먹고 가면 외국 아이들이 냄새난다고 뭐라고 해서 김치를 먹질 안 했다. 나도 그 말을 들은 후에는 외국인들과 만나는 알정이 있든 없든 간에 아침에 김치를 먹는 게 부담스러웠다.
예전에 미국에서 단독 주택에 살지 않고 듀플렉스(일종의 연립주택)에 살거나 공동주택에 살면서 된장을 끓이거나 김치찌개를 끓이면 그 냄새 때문에 쫓겨날 정도는 아니라도 항의를 받는 경우가 허다했다. 아마 지금도 좋은 시선을 받기는 어려운 게 우리 음식 냄새이기는 하다만 된장과 김치 없이 살 수 없는 한국인 아닌가?
한 번은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누가 도시락을 주문했는지 한식 도시락에서 냄새가 풀풀 나니까 같이 탔던 백인 여자가 손으로 코를 막으며 “군대도 먹이겠네(Gosh, enough for the army)”하였다. 냄새가 그렇다는 건지 진짜 양이 많다는 건지 여하튼 그 시절에는 한국 음식 냄새가 진동하는 걸 참지 못하였다.
또 이란에서 근무할 때 근교나 수백 킬로 떨어진 곳으로 나가면 사 먹을 식당이 없으니 김밥을 집에서 준비해서 가는데 기사더러 먹으라고 하면 손사래를 치면서 거절하곤 했다. 우리는 맛있게 느껴지는 김밥 냄새를 그들은 첨지 못했다.
사실 어느 나라를 가든지 그 나라 고유의 음식이 있다. 이란에 가면 양머리를 8시간 이상 푹 고아서 아침 일찍 국물과 고기를 먹는 칼레파체라는 보양식이 있고 필리핀에는 그린망고와 바구홍(안쵸비 또는 젓갈)을 같이 먹는데 처음부터 쉽게 먹기는 어렵다.
![](https://blog.kakaocdn.net/dn/EkJS3/btsMkLBDUNN/tyYyuzNAj8aeLx4znn18ik/img.jpg)
작년인가 미국의 유명 오가닉 식품업체인 트레이드 조(Trader Joe’s)와 월마트에서 한국의 냉동김밥이 불티나게 팔린다는 뉴스는 우리 귀를 의심하게 했다. 국내 김값이 오를 정도로 수출을 많이 하다 보니 그저 제대로 된 이름도 없이 바다잡초(seaweed)로 표기되는데 불과한 김이 외국인들의 기호 음식이라는 게 믿기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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