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010으로 시작하는 전화가 왔길래 070은 잘 안 받지만 혹시나 해서 받았더니 자기를 모르겠느냐 하면서 내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얼떨결에 대화는 이어지고 한동안 잊어버렸던 이름을 대는데 아차 내가 왜 이 전화를 받았나 싶었다.
20여 년 전에 샌프란시스코에 나간다고 할 때 잘 아는 선배님이 기자 한 사람이 같은데 나간다고 하여 소개를 받고 근무하는 동안 운동도 같이하고 가족들끼리도 서로 만나고 했었다. 그러다 서울로 돌아왔고 그 친구도 현지에서 눌러 살 줄 알았더니 한국으로 돌아와서 몇 번을 만나기도 했었다.
어느 날 저녁 예의 그 선배님과 그 친구와 함께 저녁을 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술이 몇 잔 돌아가다가 나도 좀 술기운이 있었는지 그 친구 입에서 공직자의 자세가 어쩌고 하는 말이 나와서 다툼이 있었고 그 길로 그 선배님께 다시는 이 친구를 보지도 않고 연락도 하지 않는다며 전화번호와 카톡도 다 지워버린 일이 있었다.
그때 그 친구가 언론사를 그만두고 국회에서 공직을 맡고 있었는데 그의 과거 행적을 잘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가 공직자의 자세 운운하니 너무나 황당한 기분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그와의 인연을 끊어버렸는데 몇 년 뒤 금품수수와 향응을 받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징역 5년형을 받고 복역하였다는 뉴스를 봤고 그 와중에 부인이 사망하였다는 소식도 전해 들었다.
그렇지만 그와는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길래 잊어버리고 살았는데 뜬금없이 거의 10여 년 만에 연락을 받았으니 기분이 참 묘했다. 그 집 딸과 아들도 다 미국 명문대를 졸업했는데 딸은 아직이고 이번에 아들이 결혼을 한다며 자기 가족을 아는 우리 부부가 그 결혼식에 참석을 해주었으면 한다고 했다.
그 친구는 두주불사형에 기자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숟가락 얹어서 먹는 스타일이라 나하고는 너무나 다른 세상을 살았던 사람인데 인간적으로는 가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선뜻 내키지 않는 마음이 많다. 이런 경우에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 보다 많지 않은데 맘 편하지 않은 사람을 다시 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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