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토요일 새벽이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청계산에 간다. 어제 2025년 1월 마지막 날 눈이 내려서 아이젠은 물론 스패츠도 하고 원터골에서 출발하여 매봉-망경대 아래-이수봉-옛골을 향해 오른다.
눈이 그리 많이 오지는 않았지만 청계산에는 5~10cm 정도 내린듯 한데 며칠 전 내린 눈이 살짝 얼은 상태에서 덮였기 때문에 자칫 미끄러지기 십상이다.
어둠을 밝히는 헤드랜턴을 켜고 친구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매봉을 향하다 보면 어느새 여명이 밝아온다.
매봉에 올라 옥녀봉을 향해 보면 구상나무 옆으로 밤새 불을 켜 놓은 과천 경마장 불빛이 아직 밝게 빛나고 오늘은 뿌연 안개인지 매연인지 사방이 흐릿하다.
눈이 너무 와도 나무가 축 늘어져 힘겨워하는데 오늘은 적당한 양의 눈이라서 소담스럽게 내려앉은 그림이다.
멀리 보이는 관악산과 여기 청계산 사이 과천을 짙은 안개가 뒤덮으며 멋진 광경이 연출된다. 구름이 해를 가려도 또 다른 아름다움을 자연이 선사한다.
제일 좋아하는 조망 포인트의 소나무는 많이 꺾였지만 국사봉과 이수봉 사이에 또 다른 운무가 자욱하다.
상고대는 아니지만 찬바람과 함께 가지에 얼어붙은 눈이 만들어주는 풍경도 적당함이 가져다주는가 보다.
망경대와 이수봉 사이의 어느 봉우리에서 관악산이 건너다 보인다.
이수봉에 가까워지면서 국사봉이 더 가까이 보이고 아까 보았던 운무가 더 짙게 느껴진다.
이수봉에서 하산할 때는 통상 왼쪽 가파른 능선을 타고 정토사로 떨어지는 길을 택하는데 왼편으로 농사를 짓는 농가들의 전경이 오래된 우리 시골마을을 연상케 한다.
마지막 계곡 자락에도 눈이 덮여 많은 눈이 내린듯한 모습을 만든다.
흐려서 해 뜨는 광경을 보지는 못했지만 안개가 골짜기를 감도는 깊은 산속의 그림을 보았으며, 끝없이 이어지는 눈 덮인 산길과 능선길을 맛볼 수 있는 겨울이라서 좋다. 산은 또 이렇게 매번 다른 얼굴로 나타나 우리를 즐겁게 만든다.
'등산.캠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차산-용마산-망우산을 종주하며 망우산에 묻힌 독립운동 선조들을 찾아보다 (33) | 2025.01.30 |
---|---|
설악산 공룡능선 (0) | 2024.09.19 |
설악산 서북능선 9월초 야생화 (11) | 2024.09.06 |
설악산 서북능선 여름 야생화 (0) | 2024.08.08 |
설악산 서북능선 여름산행 (0) | 2024.08.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