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다음날 8시에 5호선 광나루역을 출발하여 아차산-용마산-망우산을 넘어 양원역에서 돌아오는 여정으로 길을 나섰다. 이전에 용마산에는 오른 적이 있지만 아차산과 망우산을 한꺼번에 돌아보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블로그를 찾아보니 10여 km 남짓한 거리에다 그리 높지 않은 봉우리들이라 편하게 생각해도 되겠다 싶었다.
광나루역에서 아차산어울림정원으로 올라오는 길은 서울둘레길 이정표가 워낙 잘 되어 있어서 길을 잘못 들 일은 없겠다 싶었다. 아차산 종합안내도 앞에서 잠시 갈 길을 살펴보고 방향을 정했다.
해 뜨는 시각이 7시36분이고 이미 8시가 넘었는데도 아직 동녘 하늘은 붉게 타오르고 그림처럼 아침을 장식한다.
아차산 1보루에서 북서쪽을 바라보면 북한산 능선이 비봉부터 시작하여 영봉까지 조망된다.
동쪽을 바라보면 한강을 넘어 강동구 일대 아파트 단지가 예봉산과 검단산을 배경으로 가득하다.
북동쪽은 구리를 앞에 두고 천마산과 멀리 축령산까지 눈에 들어오는 멋진 한강뷰가 펼쳐진다.
날씨가 좋아서 남산타워까지 보이고 인왕산과 북악산이 병풍처럼 전개되는데 서울이 이렇게 넓은가 탄복하게 된다.
295m의 아차산 정상이 3보루에 있었는데 아차 하는 순간에 지나와 버렸고 4보루에 와서야 정상을 인지하지 못하였음을 알았다. 그만큼 아차산은 보루를 중심으로 한 성곽이 연결되어 있고 올망졸망한 산이라 산 같지도 않다.
4보루를 밟으면 불암산이 앞에, 수락산이 그 뒤에 보이며 아차산에서 용마산으로 건너가는 능선이 자연스레 연결된다.
아까 아차산 1보루에서 남쪽으로 사진을 찍지 못했는데, 용마산 자락에서 바라보니 한강을 건너 송파구와 강남구 단지들이 보이며 우뚝한 롯데시그니엘과 대모산, 구룡산과 멀리 청계산까지 보인다.
해발 348m의 용마봉이다.
흰 눈에 덮인 왼쪽의 북한산, 그 사이의 능선을 따라 오른편에 도봉산이 있고 가득가득 아파트 단지들이 빼곡하다.
상봉역을 중심으로 고층 단지들이 줄지어 있고 봉화산, 그 뒤로 불암산과 수락산이 위용을 자랑한다.
당겨 본 북한산의 인수봉과 백운대, 그리고 만경대의 삼각편대가 우뚝하다.
용마산과 망우산의 안부를 지나고 망우산에 가까이 이르자 독립운동가 묘지 안내판이 나온다. 망우리 묘지는 공동묘지로만 알고 있었는데 목마와 숙녀의 박인환, 만해 한용운, 화가 이중섭, 의사 지석영, 소파 방정환 선생 등 유명인사들이 여기에 잠들어 계신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무덤도 여기에 있다가 강남 도산공원으로 옮겨가고 여기에 가묘가 있으니 일제 치하에서 독립운동과 민족계몽에 힘썼던 선열들의 자취가 가득한 곳이다.
280여 미터의 망우산 정상은 표지판이 없으면 정상인줄도 모르고 지나갈 곳이다.
이태원묘지가 멸실되면서 묘소를 찾을 수 없었던 유관순 열사와 연고를 찾지 못한 독립운동가들의 합장묘도 여기에 마련해 두었다.
이제는 망우리역사문화공원으로 명명된 망우리공동묘지는 진작 후손들이 선열들의 애국정신을 배우는 장소로 만들었어야 하는데 늦었지만 기쁜 마음을 갖게 한 숭고한 장소로 기억하고 싶다. 알바도 조금 하면서 왔다갔다했더니 13km의 거리를 3시간 걸었다. 망우역사문화공간에서 양원역까지 걸어가는 구간이 좀 지치게 만들었지만 산행은 항상 새로운 기운을 내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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