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기다리는 순간, 그리고 기다리는 마음

요세비123 2025. 2. 6. 12:13

일출봉에 해 뜨거든 날 불러주오
월출봉에 달 뜨거든 날 불러주오
기다려도 기다려도 님 오지않고
빨래소리 물레소리에
귀를 기우리네

월출봉에 달 뜨거든 날 불러주오
일출봉에 해 뜨거든 날 불러주오
외로워도 외로워도
님 오지않고
빨래소리 물레소리에
눈물 지우네

1960년대 후반에 발표된 김민부 작시 장일남 작곡의 가곡 ‘기다리는 마음’이다. 옮겨 놓고 보니 오늘 이야기하려는 주제에 맞는 것인지 살짝 의심이 간다.

2월로 접어들면서 마지막 대학합격자 발표와 등록마감 시 추가 합격자에 들 수 있을지 마음 졸이고 있을 수험생과 그들의 부모님은 얼마나 애간장이 탈까 싶다. 나도 그런 순간과 그런 마음이 있었는데 이젠 까마득한 옛일이다. 물론 그 뒤에도 숱한 합격과 불합격, 승진과 탈락의 순간들을 거치고 왔지만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또 제자리로 돌아왔다.

새해를 맞아 해돋이를 보겠다고 산으로 바닷가로 잰걸음을 옮길 때 행여 그 순간과 그 자리를 놓칠까 노심초사하는 마음들이 바쁘기만 했을 거다.

기다리는 순간은 행복한 것일 수도, 천지가 뒤바뀌는 고통일 수도 있다. 법정에서 유무죄가 엇갈리고 수술실에서 생사가 뒤바뀔 때 수많은 타는 가슴들도 있다. 결코 기다리고 싶지 않은 그런 순간들이 얼마나 많을까?

반면에 연인으로부터 사랑의 고백을 받거나 새로운 생명의 탄생 순간은 누구에게나 기쁨과 희열을 던져줄 것이다. 집 나간 아들이 돌아왔을 때, 멀리 유학 갔던 딸을 공항에서 기다리는 마음은 그저 행복할 수밖에 없다.

오늘 아침 일찍 집을 나섰으나 원하는 장면을 만나지 못해 폰을 꺼내지도 못했으나, 오히려 추위에 손을 내놓지 않았으니 괜찮았다. 그렇지만 기다리는 순간이 오지 않았음을 아쉬워해야 하는 마음은 남았다.

지난해 설악산 서북능선에서 큰앵초꽃을 보겠다는 일념으로 산을 올랐건만 한두 주 늦게 가는 바람에 이미 다 지고 없었다. 수수꽃다리도 한물갔는지 어느 해 갔을 때 취했던 그 감흥을 느낄 수가 없었다.

귀때기청봉의 수수꽃다리

올해 설악이 오월에 열리면 좀 일찍 가서 털진달래와 큰앵초를 보고 싶다. 내가 기다리는 순간은 그때도 올 것이고 그 마음으로 2월 추위를 넘어가야겠다.(국립공원은 산불 예방을 위해 2월 중순에서 5월 중순까지 입산을 금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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