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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금바리와 라푸라푸, 그리고 필리핀 이야기

요세비123 2025. 1. 23.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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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제주도에서 최고급 생선으로 치는 값비싼 다금바리가 있고 필리핀 세부에 가면 라푸라푸라는 생선이 다금바리로 불리며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물론 라푸라푸는 열대지방 물고기라 회로 먹지 않고 살아있는 라푸라푸를 광동 스타일 생선찜으로 하여 파와 간장을 소스로 끼얹어 먹으면 일품이다.

필리핀의 고급 중국식당이나 해산물 요릿집에 가면 라푸라푸는 당연히 상에 올려야 하는 생선이다. 이 라푸라푸는 영어로는 그루퍼(grouper)라고 하며 당연히 홍콩의 중국 요리점에서도 맛볼 수 있다.

이 라푸라푸가 그루퍼이며 다금바리인지는 전문가가 아니면 구별할 수 없으니 유사어종인 것은 틀림이 없다.  제주도에서도 자바리가 다금바리로 불리기도 하며 드물게 잡히는 최고급 횟감으로 미식가들을 유혹한다.

자바리/다금바리
그루퍼(Grouper)
라푸라푸

이 라푸라푸는 한국사람들이 많이 찾는 필리핀 중부 세부(Cebu city)로 가는 관문인 막탄-세부 공항이 소재하는 도시의 이름이기도 하다.

1521년 4월 27일 막탄섬 영주이며 부족장인 라푸라푸는 세계일주 중에 태평양을 거쳐 필리핀인들의 개종과 스페인에 복종을 요구하던 마젤란 군대를 격파하고 마젤란을 죽이고 오늘날까지도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생선 라푸라푸는 이 영웅의 이름을 따서 붙여진 것으로 보인다.

40여 년이 지난 뒤 1565년 스페인 국왕 필리페 2세는 레가스피 장군이 이끄는 군대를 파견하여 식민지로 삼고 필리핀이라 명명하여 1898년까지 333년간 통치하였다.
1898년 스페인이 미국과의 전쟁에서 패하여 필리핀은 미국의 식민지가 되었다가 1946년 7월 4일 독립하였다.

오랜 기간 필리핀을 점령한 스페인은 미주대륙과는 달리 필리핀에 소수의 정부관리와 가톨릭 수도사만이 이주하여 종교적 측면에 한정된 식민화를 전개하였다. 그러나 스페인계 필리핀인 몇몇 가문은 막대한 토지와 기업을 소유하고 필리핀 경제를 좌우하고 있으며 혼인도 원주민이 아닌 그들만의 혈통을 유지하고 있다.

필리핀은 민주주의 국가이긴 하지만 정치권력을 장악하고 경제력도 막강한 몇몇 패밀리들이 돌아가면서 정권을 잡는 나라다. 1965년에 정권을 잡아 21년간 장기 집권했던 마르코스 가문은 그의 아들이 현재 대통령이며, 마르코스 축출 후 정적이었던 니노이 아키노 상원의원이 암살되자 그의 부인인 코라손 아키노가 대통령이 되었고 이후 그의 아들 베니그노 아키노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하였다.

마르코스가 축출될 때 그의 부인 이멜다 마르코스의 사치는 전 세계적인 뉴스거리였지만 이멜다는 화려하게 복귀하여 하원의원에 선출되기도 했었다. 또 아키노 패밀리는 마닐라 북부 탈락 지역에 대규모 사탕수수 농장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 농장 안에 18홀 골프코스와 병원까지 있을 정도의 부를 소유하고 있다.

마르코스가 축출될 때 마닐라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EDSA 거리를 가득 메웠던 시민들이 에드사혁명으로 필리핀의 민주화의 상징이 되었으나, 필리핀은 지도층의 부패와 사회적 개혁에 대한 무관심으로 국민대다수가 빈곤한 빈부격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보다 잘 살았던 1960년대나 민주화혁명을 달성했던 1980년대 말이나 오늘날에도 필리핀은 일부 현대화된 빌딩이나 늘어난 골프장 개수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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