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필리핀 가사도우미

요세비123 2025. 1. 21. 13:00
반응형
입국하는 필리핀 가사도우미(출처:연합뉴스)

한동안 필리핀 젊은 여성을 가사도우미 겸 영어선생으로 모시려고 야단법석이 나고 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는지 출퇴근 가정부를 쓰는 게 불편했는지 냄비 끓듯이 들썩이더니 잠잠해졌다.

우리도 예전에는 가사도우미가 기거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나 지금에 와서는 어느 정도 부유층을 제외하고는 숙식하는 가사도우미를 쓰는 경우가 많지 않아 그런 공간이 없으니 이들이 출퇴근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 되었다.

원래 필리핀은 중남미국가는 아니지만 banana republic 범주에 속하는 수준의 국가라고 볼 수 있다. banana republic은 1904년 우리가 잘아는 마지막 잎새의 미국 작가 O. 헨리가 중남미 온두라스와 과테말라를 지칭해 미국 기업들에 의해 경제적 착취를 당하는 국가들이라고 묘사한 데서 유래되었다.

바나나와 같은 단일 품종을 수출하여 먹고사는 나라이니까 인력수출을 통해 GDP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전체 인구의 1/10 정도가 해외에 나가서 돈을 벌고 있다면 인력수출이 대단한 자산이 된다.

국어인 타갈로그어를 쓰기는 하지만 조금이라도 배운 사람들은 따갈따갈거리는 필리핀식 영어를 할 줄 아니까 해외에서도 벌어먹고 살 수가 있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중동지역에서 가정부와 근로자로,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가정부로 일해온 역사가 있고 노래와 춤에 소질이 있는 사람들이 많아 그런 업계에서도 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

드디어 한국에서도 가사도우미 수요가 있어 양국 정부 간 협의를 통해 제한적이나마 인력을 송출하게 되었으니 계속해서 이루어질지는 두고 봐야겠다.

지방도시는 모르겠지만 수도인 마닐라의 경우 웬만한 주택과 아파트에는 가정부가 숙식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을 정도로 가사도우미(domestic helper) 활용이 오래된 직업이다. 7천여 개의 섬에서 마닐라로 올라온 젊은 여성들은 본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그들의 여동생이고 누나들이다.

필리핀은 1969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GDP보다 높은 소득을 자랑하는 나라였으며 광화문에 있는 미대사관과 그 옆의 건물인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필리핀 인력으로 건축하였다. 또 1965년 취임했던 페르니난도 마르코스
전 대통령이 당시 박정희 대통령을 우습게 여겨 박 대통령이 필리핀을 추월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는 일화도 오늘의 양국관계를 비교해 보면 격세지감이 드는 이야기이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