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미국 유대인 가정에 입양된 사촌 이야기

요세비123 2024. 10. 21.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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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막내 동생인 삼촌은 아들 둘, 딸 둘을 두고 숙모가 병으로 돌아가신 후 새로운 숙모를 맞이하셨고 늦은 나이지만 딸을 얻었던 모양이다.

그러한 사실을 알지 못했던 나는 2010년에 뉴욕으로 근무를 하러 갔는데 어느날 한국교민 여자분으로부터 내 사촌동생이 맨하탄 유대인 가정에 입양되어 있는데 만나보겠느냐고 전화가 왔다.

일단 그러겠다고 하고 한국에 연락해 확인해 보니, 삼촌이 숙모를 탐탁치 않게 생각하고 생각지도 않게 아이를 낳자 어디라도 주어버리라고 했던 모양인데 어찌어찌해서 미국으로 입양을 가게 되었고 그게 유대인 가정이었던 모양이었다.

사촌을 입양한 유대인 부모 Bill과 Sara를 만나보니 사촌이 7살때와 12살 때 친모인 숙모와 어떻게 연락이 되어 이미 울릉도까지 방문해서 만나고 내 아버지까지 만나고 왔다고 했다.

뉴욕 근무중에 유대인 명절에 몇 번 그 집에 초대를 받아 가서 사촌을 만나기도 했는데 그 집에는 사촌동생에 이어 자폐증이 있는 David라는 한국아이도 입양해 키우고 있었다.

Bill과 Sara 사이에 아이가 없기는 했지만 두 사람이 외국에서 아이를 입양하고 한 아이는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입양했다는 것은 고귀한 인성을 가진 분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그 분들을 만났을 때 Bill은 지병으로 휠체어를 타고 있는 상태였는데도 언제나 밝고 환한 웃음을 가진 따뜻한 분이었는데 안타깝게도 2012년경 돌아가셨다.

사촌동생 Lilly는 정말 좋은 부모님을 미국에서 만나서 인생이 바뀌었으며 밝게 잘 자랐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그러고는 나는 한국으로 돌아왔고 Lilly가 시카고에서 결혼할 때 큰아이가 갔었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는데 까먹고 있었던 모양이다.

얼마전 Lilly가 성인 입양아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방한한다면서 메일이 왔고 친모를 만나고 싶다며 연락처를 알려 달라고 했다.

드디어 며칠 전 10월 19일 토요일에 Lilly가 묵고 있는 인사동 근처 호텔에 가서 부부를 만나 반갑게 재회했고 경복궁을 구경하고 삼청동 수제비집으로 안내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았다.

삼청동 수제비집에서 남편 Ben과 같이~

Lilly는 시종일관 밝은 모습이었고 Ben과 다정한 모습이 너무 보기가 좋았다. Lilly는 시카고에서 석사 학위를 두 개나 받고 미시시피주에서 일하면서 Ben을 만났는데 다시 시카고로 돌아왔을 때 Ben과의 관계가 무르익어 결혼에 이르렀다고 한다.

Ben은 일리노이주 시골 출신으로 큰 농장을 가지고 있는 아버지와 남동생 1명 여동생 1명이 있다고 하며 한국 가게에서 김치를 사다가 김치찌개도 끓여 주는 자상한 남편이라고 한다.

Lilly는 미국인으로 살면서도 자신의 뿌리를 일찍 찾아준 부모님이 있어서 행운이라고 했고, 결혼을 해서 남편까지 동반해서 한국에 대해 알고 싶어하고 노력하는 것이었다.

대화중에 친부가 노래를 잘한다고 하던데 그러냐, 자기가 이복 언니들과 닮았느냐고 묻기도 하고 자기가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한 물음을 계속 찾으려고 했다.

Lilly는 자기는 운이 좋아 연락이 되고 친모를 만나게 되었지만 동생 David는 친어머니가 재혼을 해서 그런지 Sara가 입양기관을 통해 David를 만나게 해주려고 해도 거부하여 만나지 못했다고 한다.

10월 20일 일요일에 부산으로 내려가 며칠 지내는 일정 중에 친모를 만나기로 했고 숙모님이 울릉도에서 나오셔서 어제(20일) 통역과 함께 만났을 텐데 얼마나 반가웠을까 싶다.

Ben에게 Lily의 어떤 모습이 한국적인 모습이냐고 물었더니 고집스러운(stubborn) 모습이라고 답을 했다. 어린 아이로 입양되어 미국 사회에서 자라고 교육을 받아 뼛속까지 미국인이면서도 자신의 뿌리를 찾고 기억하려는 마음이 다시금 뭉클해지는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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