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물을 마시다 ‘는 말보다는 ‘물을 먹는다 ‘고 쓰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방송을 하는 관계자들도 출연하는 사람들도 아무런 생각 없이 물을 먹는다, 술을 먹는다고 한다.
먹는 것과 마시는 것이 다름을 분명히 알만한 사람들인데도 이를 구분하지 않고 사용하다 보니 먹는다는 말이 당연한 것처럼 보이게 되었다. 그러나 믈과 같은 액체를 먹는다는 것은 자의적인 것보다는 강제성을 띄고 있는데 물에 빠져서 물을 먹게 되거나 타인에 의해 술을 강제로 술을 먹였다는 쓰임이 타당성이 있다.
네이버 국어사전에 찾아보면 ‘물을 먹다 ‘는 것도
”1. (사람이) 실패하다. (=미역국(을) 먹다.)
2. (사람이 어떤 분야의) 직업에 종사하다.
3.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골탕을 먹거나 곤경에 빠지다. “와 같이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영어에도 eat와 drink는 분명히 다른 단어이고 물을 eat 한다고 결코 할 수 없을 것이다. 한글도 니와 마찬가지인데 우리는 너무 사소한 일이라 치부하는지 돌이키기 어려운 지경에까지 이른 게 아닌가 싶다.
부모들이 먼저 솔선수범해야 하고 선생님들이 이러한 문제에 대한 의식이 있어야 하고, 방송이나 언론에서 바르게 사용을 해야만 바르게 잡힐 수 있는 일인데 가능한 일이일까 모르겠다.
요즈음엔 문해력이 떨어져 말귀를 못 알아듣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글 사용만 고집하다 보니 한자어를 모르면 이해하기 어려운 우리말이 얼마나 많은가?
한자를 배운다고 해서 우리 문화의 독립성이 훼손되는 것도 아니고 주체성이 사라지는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오랜 역사와 전통 속에서 사용되어 온 우리말을 소위 순수 우리말로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주체성을 부르짖는 북한의 경우처럼 강제적으로 사용하게 할 수도 없고 아이스크림을 ‘얼음보숭이‘라고 하는 우스꽝스러운 번역이 있어야만 외래어를 버리고 순수 우리말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영어의 허니문(honeymoon)을 우리말로 바꿀 수 있을까? ‘꿀과 달‘의 관계라고 하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까? 대신에 밀월(蜜月) 관계라고 하면 간단하게 해결되는 것을 너무 빙빙 돌리지 않아도 되는 것인데….
국뽕에 넘치는 국수주의적이고 배타적인 사고로는 한반도의 외딴섬과 같은 굴레를 벗어나기 어려울 텐데, BTS나 블랭핑크 싱어들이 한자를 배우지 않았어도 세계로 뻗어 나가는 것을 보면 뭐 한자를 안 배워도 잘만 하고 있으니 할만하다.
100프로 다 맞는 것도 없고 100프로 다 틀리는 것도 없으니 적절하게 타협하고 양보하는 일이 필요한데, 우리는 이런 일에 익숙하지 않은 문화와 전통을 가지고 있으니 이에 이르는 길은 요원하기만 하다.
승자독식에 길들여진 정치문화는 우리가 아닌 너희를 인정할 수가 없어 시쳇말로 박이 터지게 싸운다. 네가 죽어야 내가 사는 일이니 밀리면 끝장이다.
먹고 마시는 이야기로 시작해서 삼천포로 빠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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