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음식이 담백하고 건강할 것이라는 대중적인 인식과 달리, 실제 여행지에서 일본 음식의 염도와 당도는 한국인 입맛에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요세나베와 라멘, 심지어 모밀을 시켰을때도 "건강하게 먹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라는 의문이 들었답니다.
일본 요리가 이토록 짜고 달아진 데에는 역사적, 문화적, 그리고 미각적인 이유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고 하네요.
1. 왜 이렇게 짤까? (염도가 높은 이유)
o '국물'을 대하는 문화의 차이
한국인은 찌개나 국을 먹을 때 국물을 밥과 함께 떠먹거나 말아 먹는 경우가 많아 국물 자체의 간을 마실 수 있는 수준으로 맞춥니다.
반면 일본은 라멘이나 우동, 요세나베(모둠 전골)를 먹을 때 국물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면과 건더기에 간을 배게 하는 '소스'나 '양념'의 개념으로 접근합니다. 건더기만 건져 먹었을 때 간이 맞아야 하므로 국물 자체의 염도는 필연적으로 높아집니다.
o 고춧가루(매운맛)의 부재를 채우는 간장과 소금
한국 음식은 매운맛, 칼칼한 맛, 마늘의 알싸한 맛 등 맛을 내는 스펙트럼이 넓습니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일본 요리는 자극적인 향신료를 거의 쓰지 않습니다.
매운맛으로 입맛을 돋우지 못하다 보니, 맛의 선명함과 타격감을 오롯이 '소금(염미)'과 '감칠맛'으로만 채워야 합니다. 짜지 않으면 음맛이 밍밍하고 심심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간을 강하게 씁니다.
o 외식 문화와 노동자층의 역사
여행 중 주로 접하는 라멘, 덮밥, 전골 등은 과거 에도 시대부터 육체 노동자들의 빠른 에너지 보충과 땀으로 배출된 염분을 채우기 위해 발달한 '외식 메뉴'입니다.
일본 가정식은 이보다 훨씬 심심한 편이지만, 대중 음식점의 요리는 대대로 강한 간을 유지해 오고 있습니다.
2. 왜 이렇게 달까? (디저트가 무지하게 단 이유)
o 쓴 '말차(가루녹차)'와의 조화를 위한 한 쌍
일본의 전통 디저트(와가시)는 본래 차 문화와 함께 발전했습니다. 일본인들이 즐겨 마시는 전통 말차는 진하고 씁쓸한 맛이 강합니다.
이 차의 쌉싸름한 맛을 중화하고 미각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곁들이는 과자는 일부러 극단적으로 달게 만들었습니다. 단독으로 먹으면 머리가 띵할 정도로 달지만, 쓴 차 한 모금과 함께 마시면 완벽한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된 것입니다.
o 설탕이 곧 '부와 신분'이었던 역사
과거 일본에서 설탕은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했던 대단히 귀하고 비싼 식재료였습니다. 상류층이나 권력가들이 손님을 대접할 때 "우리 집은 이 귀한 설탕을 이렇게나 많이 쓸 수 있다"라는 것을 과시하는 수단이기도 했습니다. 이 전통이 이어져 고급 디저트나 전통 음식(달걀말이, 스키야키 등)에 설탕을 아끼지 않고 듬뿍 쓰는 문화가 자리 잡았습니다.
3. 그렇다면 일본인들은 왜 장수할까?
o 일본 음식의 염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며, 실제로 일본 정부도 국민들의 과도한 나트륨 섭취(특히 라멘, 미소시루 등)를 줄이기 위해 오랜 기간 '저염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일본이 장수 국가인 이유는 1인당 전체적인 소식(小食) 습관, 기름기 적은 조리법(찌거나 데치는 방식), 그리고 높은 해산물 및 채소 섭취 비율이 나트륨의 부정적 영향을 어느 정도 상쇄해주기 때문입니다.
@ 일본 여행 중 음식을 주문하실 때 "우스쿠시테 쿠다사이(싱겁게 해주세요)"라고 요청하시거나, 나베 요리를 드실 때 뜨거운 물이나 육수(다시)를 더 달라고 하시면 조금 더 편안하게 식사를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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