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17일 한계령에서 올라 한계령삼거리로 가는 길에서 오래전부터 보고 싶었던 인가목 꽃을 보았다.
지난 5월 20일에 왔을 때는 안개가 짙게 끼고 비바람이 불어 털진달래를 보기는 했어도 여유를 가질 수 없었다. 그때 피었던 꽃과 한 달 뒤에 피는 꽃은 완전히 다르다.
그때 막 피기 시작했던 키큰앵초는 열매만 맺혀있고 나도옥잠화도 한 포기만 볼 수 있었다. 대신 한 달 전에 보지 못했던 인가목과 털진달래 대신에 귀때기청봉을 뒤덮은 수수꽃다리 향기를 잔뜩 맡을 수 있어서 좋았다.
함박꽃도 이미 많이 피었다가 지고 있는지 향기가 거의 나지 않았다.
지난달에 많이 보였던 나도옥잠화는 벌써 줄기와 잎이 마르는 포기들이 많았고 운 좋게 꽃대가 높이 쏫은 모습을 보게 되었다.
금마타리는 이제부터 피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싶다. 여러 번 이 꽃을 보는데도 바람꽃인가 하며 갸우뚱거렸으니 서북능선의 야생화를 다 알 수는 없는가 보다.
가끔씩 잎이 하얗게 변색된 것을 보기는 했으나 꽃과 함께 있는 개다래나무는 처음 보았다. 하얗게 변색된 잎이 나비나 벌을 더 많이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라니 자연의 섭리는 무한하다.
아래쪽 서울지방에서는 백당나무 꽃이 벌써 지고 열매가 맺혔는데 여기 서북능선에서는 이제야 꽃이 피기 시작한다.
해당화인가 싶었던 인가목 꽃이 여러 군데에서 보였다. 이 시기에 와야만 볼 수 있는 분홍색 인가목 꽃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한계령삼거리에 가까워지면서 반가운 수수꽃다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 활짝 핀 것이 아니라 향기는 좀 부족했지만 동네에서 맡았던 라일락과는 다른 짙은 향기를 선사해 주었다.
갔다 온 지 며칠이 지났으니 지금쯤 수수꽃다리 향기는 귀때기청봉을 오르는 산객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을 터인데…
이 날 선선하기도 하고 시계도 탁 트여서 설악산의 멋진 조망을 가득 담고 왔다. 꽃을 보려면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가 주어야 피고 지는 꽃, 지고 피는 꽃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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