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내린 봄비는 봄비 치고는 꽤 많이 왔다. 비 오는 강득이 푸르름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니 학교 다닐 때 읊조렸던 민태원의 청춘예찬도 떠오르고 수필가 이양하의 신록예찬도 뚜렷하지는 않지만 설렘으로 다가왔다.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어린애의 웃음같이 깨끗하고 명랑한 5월의 하늘, 나날이 푸르러가는 이 산 저 산, 나날이 새로운 경이를 가져오는 이 언덕 저 언덕.‘
봄은 청춘의 시절이고 신록의 계절이다. 연두색 파스텔화로 번져가는 산색은 아무리 바라보아도 질리질 않는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색깔은 쉬 떠나보내기 아쉬운 아릿함으로 남을 텐데 이 봄이 가기 전에 보고 또 보아야 할 것이다.
送人 鄭知常
「송인」 정지상
雨歇長堤草色多
(우헐장제초색다)
비 갠 긴 둑엔 풀빛이 짙어 가는데
送君南浦動悲歌
(송군남포동비가)
남포에서 임 보내며 슬픈 노래 부르네
大同江水何時盡
(대동강수하시진)
대동강 물은 어느 때 마르려는지
別淚年年添綠波
(별루년년첨록파)
해마다 이별 눈물 푸른 강물에 더해지네
고려시대 시인 정지상이 지은 送人(님을 보내며) 칠언절구는 비가 개인 강둑이라는 공간과 풀빛이 짙어져 가는 화려한 봄을 그려낸 이별과 아픔이 교차하는 시다.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의 절절한 설명과 함께 불타오르는 청춘의 노도와 같던 감성이 봄비와 함께 다가오던 그 시절이 어느새 아련한 꿈속의 일이련가 싶다.
젊음과 신록의 어우러짐이 맞닥뜨리는 소용돌이를 이 봄은 알고 있으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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