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화단은 그냥 버려진 듯이 지난 해 자랐던 흔적만 남아 있고 아무것도 없다. 늦가을 국화를 마지막으로 갈색으로 변해버리고 아무것도 살아남은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2월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아무리 추워도 식물들은 계절의 변화를 감지하고 살아남아 번식을 준비하는가 보다. 이맘때는 쪼그려 앉아서 유심히 바닥을 들여다 보아야 생명이 숨쉬는 것을 볼 수 있다.
지난가을 노란 꽃을 멋지게 피웠던 국화도 묵은 줄기를 버리고 땅속에서 새싹을 내놓았다. 땅속에서 줄기 뿌리를 뻗어 새끼를 만들어 간다.
아스타도 가을에 꽃 피웠던 줄기를 잘라내자 올망졸망하게 작은 잎들이 소복이 모여있는데 저기에서 꽃을 피울 줄기를 뻗어 낼 것이다.
아주가는 옅은 보라색 꽃이 아름답지는 않지만 잡초를 밀어내고 자리를 차지하면서 영역을 넓혀 나가는데 , 번식력이 대단한 화초다. 그늘진 곳, 거친 바닥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그런 공간에 심으면 화단이 풍성해 보인다.
3년 전에 삽목 해서 심은 사철나무는 이제 1미터는 훌쩍 넘었고 역시 겹황매화도 삽목하고 적당히 바닥에 묻어 놓으면 잘 살아남는 식물이라 한 해만 지나면 꽃을 피우고 넝쿨이 제법 어우러졌다.
3년 전부터 아파트 1층 뒤편에 꽃을 심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으니 개도 사람도 막 밟고 지나다니던 곳인데 자그마한 울타리도 만들고 국화, 상사화, 백합, 솔방울꽃, 수레국화, 소래풀꽃, 크로커스, 메리골드 등등 수십여 종의 꽃들이 자란다.
실패도 했고 살아남은 꽃들도 있어 봄부터 가을까지 끊임없이 꽃을 피우는데 첫해에 인터넷으로 작약 뿌리 몇 포기 주문 하는 걸로 시작해서 직접 화원에 가서 모종을 사 오거나 복숭아나무, 포도나무, 무화과나무, 모란 묘목도 사 오고 더러는 공원이나 꽃밭에서 씨를 받아와 뿌리기도 했다.
한해살이 꽃보다는 여러 해 살이를 위주로 심어야 몸이 덜 고단한지라 시작은 그렇게 했는데 예쁜 꽃은 한해살이에 많기도 해서 특별한 계획 없이 빈 공간을 찾아 심는 편이다. 알뿌리 식물도 심고 있는데 수확했다가 다시 심는 번거로움이 있는 건 쉽지 않다. 아네모네도 꽃은 예쁜데 월동을 못하니 뿌리를 캐내서 보관해야 되고, 달리아는 두 해 모두 실패해서 꽃을 보지 못했다.
올해도 열심히 꽃밭을 가꾸면서 가끔씩 이야기를 나누고 자 한다. 이번 주는 내내 쌀쌀하고 춥지만 햇볕이 좋아서 새싹들이 무럭무럭 올라올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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