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고유의 음식은 딱히 뭐라고 하기 어렵다. 어릴 적 어머니가 해주시던 나물 반찬과 바다에서 나는 생선과 오징어가 전통 #울릉도 음식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5월에 잡히는 꽁치 구이, 꽁치 젓갈, 그 젓갈을 넣은 명이 김치, 배추김치, 대황무침, 옥수수밥 이런 음식은 먹어본 사람들만 아는 음식이다.
지금에야 오징어를 물회로, 산오징어회로 먹지만 어릴때 오징어를 잡지 않는 우리 집에서는 몇 마리 오징어를 얻어 오징어에 무채를 잔뜩 썰어 넣고 고추장으로 버무린 오징어회가 전부였었다.
7-8년전에 대구 동부정류장 근처에 울릉도 출신 부부가 하는 식당이 있었는데 홍합밥과 꽁치물회 외에 겨울철에 가면 오징어에 무채를 썰어 넣은 오징어회를 별미로 내주곤 했다.
거기에 오징어 흰창자와 무를 넣고 끓인 시원한 오징어내장탕까지 어릴 적 먹던 맛을 느낄 수 있었는데 주차가 불편하고 가격이 좀 세다 보니 장사가 잘 안 되어 문을 닫아버리고 없어졌다.
작년에 울릉도에 간 김에 내장탕을 제대로 먹어보려고 했으나 울릉도 원주민들이 하는 식당을 찾기도 힘들고 대부분 외지에서 들어와 음식점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맛있는 집을 찾을 수가 없었다.
스페인 음식으로 빠이야가 있는데 오징어 내장중에서 누른 창자와 먹물로 밥을 볶은 것이다. 보통 빠이야는 누른색인데 먹물 빠이야를 주문하면 검은색 빠이야가 나온다.
울릉도에서는 오래전부터 누른 창자를 따로 떼어내서 소금을 살짝 뿌리고 두었다가 냄비에 팔팔 끓인후 건더기는 건져내고 남은 액체를 넣고 무시래기 찌개를 만들어 먹었는데 지독한 냄새가 나기는 하지만 중독성이 있는 음식이 된다. 다만 식었을 때 비릿함이 강해서 아무 데서나 먹기는 좀 그런 음식이다.
또 홍합밥은 바다속에서 홍합을 따서 바닷가에 솥을 걸어 나무로 불을 때고 쌀과 홍합을 같이 넣고 홍합물이 잔뜩 우려 나온 것이라야 제대로 된 홍합밥이다.
그러나 지금은 거의 모든 집이 밥을 하고 난후 홍합을 몇 조각 집어넣고 비비는 흉내를 낸 것이 고작이라 홍합밥이라고 할 수가 없다.
차라리 부산 자갈치시장이나 통영 서호시장에 아침 일찍 나가서 큰 홍합을 까서 파는 할머니를 찾아 그 홍합으로 집에서 밥을 짓는 게 더 나을지 모른다.
거기에다 울릉도 홍합은 이제 거의 바닥을 드러내 아마 울릉도에서 먹는 홍합은 울릉도산이 아니라 배를 타고 육지에서 들어온 홍합일게 분명하다. 혹시나 울릉도산 말린 홍합이라도 살 수 있을까 건어물가게를 기웃거려 보았지만 한마디로 없다고 한다.
이전에는 먹고 살기가 힘들어 쇠고기구이나 불고기는 감히 생각도 못했는데 1980년대부터 울릉도에서도 약소를 불고기나 구워 먹기 시작했던 거 같다.
울릉도에서는 사료가 없었으니 칡넝쿨, 돼지풀(섬바디)을, 겨울에는 옥수수대 말린 것을 썰어서 여물로 주었던 기억이 난다. 약초라기보다는 칡넝쿨과 울릉도에서 자라는 자생풀들을 먹인 소를 약소라고 하는 모양이다.
지난해 거의 30년만에 울릉도를 방문하여 약소구이를 먹었는데 확실히 연하고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여느 쇠고기와는 달라 천부성당 영성센터에서 한 달을 체류하며 부지런히 구워 먹었다.
울릉도를 단체로 가거나 가족단위로 움직이면 일반 식당에서 식사를 하기에 불편함이 없지만 혼자 다니는 사람에게는 1인분 식사는 안된다고 하는 식당이 많아 먹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단체 손님을 주로 받으니 불친절하고 음식도 그저 그렇다고 느낄수 밖에 없다. 거센 울릉도 사투리에 퉁명스러운 말투도 방문객들에게는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울릉도맛집 소개를 한다는 것이 참 어렵기도 하거니와 가 본 집 중에서 고를 수밖에 없으니 그중 천부에 있는 신애분식의 따개비칼국수, 천부 일호식당의 약소구이, 남양의 태양식당 따개비죽이 기억에 남는다. 일호식당 사장님은 토박이 울릉도 분이라 옛날 울릉도 반찬이 나오지만 약소 가격이 비싸다는 것을 염두에 두는 게 좋을 것이다.
남양에도 약소구이 맛집이 있다. 서면보건지소 근처 골목 안에 있는 상록식육식당이다. 예약을 해야하고 소 잡는 날 직접 고기를 분류하여 작업한다는데 반드시 예약하고 가능한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가격은 좀 비싼데 고기 질은 수준급이다.
천부 버스정류장 바로 앞에 있는 가보자식당은 전라도에서 시집온 억센 아주머니가 맛있는 회를 차려낸다. 4월 명이철에는 바쁘다고 문 닫는 경우도 많아서 명이철 이후에 방문하면 좋을 것이다.
그리고 나리분지에 몇군데 식당이 있는데 나리촌식당에서 먹은 산나물비빔밥이 한국에서 이제까지 먹어본 산채비빔밥 중에서는 최고였다. 단 4월에 가야만 정말 맛있는 나물을 먹을 수 있다.
북면 천부에 있는 신애분식은 4월 중순이 되어야 따개비칼국수를 맛보여준다. 멀리 제주도에서 울릉도로 시집온 아주머니가 끓여주는 따개비가 통째로 들어있는 칼국수 맛이 특별하다. 반드시 예약을 하는 것이 좋고 점심시간에만 하니까 시간을 잘 맞추어야 한다.
남양 태양식당의 따개비죽이다. 이 집은 제주도 우도해녀식당의 보말죽처럼 따개비를 갈아넣어 만들었다. 이전에는 대구와 포항에도 자녀들이 운영하는 태양식당이 있었는데 대구에 있던 식당은 코로나 와중에 없어져버려서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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